LG에너지솔루션, GM 볼트EV 대규모 리콜
10월 IPO 점쳐졌지만…심사기간 연장 신청
대규모 리콜 등 불확실성↑…기업가치 여파

올해 최대의 기업공개(IPO)로 주목받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최대의 기업공개(IPO)로 주목받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최대의 기업공개(IPO)로 주목받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2차전지)가 탑재된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EV)가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기로 결정해 LG에너지솔루션도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업체 GM은 지난 20일(현지시간) 10억달러(약 1조 1835억원)를 들여 볼트EV 7만 3000대를 추가 리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전 세계에서 판매된 2017∼2019년 생산분 볼트 전기차 6만 9000대에 일부 불량 배터리 모듈 교체 결정을 내린 지 한 달도 채 안돼 추가 리콜이 나왔다.

외신 등은 GM의 이번 리콜에 따른 배터리 모듈 교체 비용이 총 18억달러(약 2조 130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로이터통신은 GM이 리콜 비용을 LG에 청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배터리는 국내외에서 생산한 'NCM 622' 파우치형으로 니켈, 코발트, 망간이 각 6:2:2 비율로 배합된 LG의 주력 배터리다.

미국 버몬트주에서 화재가 발생한 쉐보레 볼트 EV. 연합뉴스
미국 버몬트주에서 화재가 발생한 쉐보레 볼트 EV.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셀을 생산하고 대부분 LG전자가 모듈화 작업을 거쳐 GM에 납품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주력 사업 재편 등으로 배터리 모듈화 공정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넘겼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2분기에 이미 리콜 충당금으로 각각 910억원과 2346억원을 반영한 상황에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GM이 화재 원인을 LG에너지솔루션에게 미룰 경우 최대 2조원이 넘는 리콜 비용을 부담해야할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10월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GM 등에서 대규모 리콜이 이뤄져 상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이달 중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오는 10월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GM이 볼트EV를 추가 리콜하겠다고 발표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협의가 길어질 경우 리콜 분담금을 올해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한 자료를 거래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GM이 배터리 전량을 교체하기로 하면서 상당한 충당금을 책정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현대차 코나 EV 리콜 여파로 6500억∼7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반영했다. 지난 2019년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최근까지 충당금을 쌓았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GM 볼트 화재도 배터리 셀보다 모듈 패키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란 의견이 있으나 잦은 화재로 시장의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이라며 "이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분담비율을 통해 증명이 가능하다. 화재가 배터리에서 기인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와야 시장의 오해도 불식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GM이 당초 리콜비용으로 8억달러를 인식했을 때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346억원과 910억원을 2분기 비용으로 인식했다"며 "동일한 비중을 적용하면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추가로 각각 2933억원과 1138억원을 비용으로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EV 리콜 사례를 참고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부담해야할 리콜 비용은 4230억원에서 5550억원 사이가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2021’ 전시회 관계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2021’ 전시회 관계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도 상장 전에 악재를 모두 털어내야만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까지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리콜 조치가 계속 이뤄진다면 기업 가치는 낮아진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받은 배터리 잔량은 150조원에 달한다. 이를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공장 신설과 증설이 필수적이다. 당장 올해부터 3년간 배터리 공장 증설 등에 필요한 시설 투자액만 14조여원에 이르는데 연간 4조원 수준이다.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상장해야만 막대한 리콜 비용과 공장 신설·증설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 막대한 리콜 비용을 감당하는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리콜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고객사인 글로벌 완성차 뿐만 아니라 투자업계에서도 신뢰를 얻기 힘들다.

이에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안으로 상장하기보다는 상장을 늦추고 배터리 신뢰성 확보와 리콜 비용 처리 등을 이룬 후에 상장 작업에 다시 돌입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프리 IPO나 회사채 발행, 차입 등으로 자금을 확보한 후 악재를 모두 털어낸 후에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연내 상장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GM 리콜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연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IPO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10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리콜과 관련돼 원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리콜 조치가 신속하게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 협력 중”이라며 “GM은 10년 이상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져 왔으며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리콜을 슬기롭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리콜 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한다면 LG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며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하고 리콜 이슈가 정리된 뒤 상장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를 위해서는 연내 상장이 불가피하다는 반박도 나온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