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신 임상 3상 첫 진입, 신약개발에서도 두각
최태원의 '승부사 기질', 바이오 부문 경쟁력 껑충

지난 3월 18일 최태원 신임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상견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18일 최태원 신임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상견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들이 실력을 드러내면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현재의 바이오 부문의 경쟁력을 있게 했다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GBP510’의 3상 임상 계획에 대해 안전성과 타당성 검증을 거쳐 승인했다.

이로써 국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처음으로 3상 임상 단계에 돌입하게 됐다.

백신 자체 생산국이 되는 의미는 크다. 내년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백신 생산 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현재 백신을 자체개발 할 수 있는 국가수도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임상시험 3상은 대조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안전성과 효과성을 견주는 ‘비교 임상’으로 진행된다. 비교 임상 방식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도되는 것이다. 

그룹내 바이오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았다. 국내 제약사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것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라는 평가다.

신약 개발은 통산 10년 이상의 기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까닭에 제약사들이 섣불리 뛰어들 수 없는 영역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복제약) 비중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다.

국내 제약사들이 대부분 실패 확률이 낮은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이 신약 개발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이유도 그룹 경영진의 흔들리지 않는 비전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SK는 최 회장의 비전과 의지 속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신약개발과 백신 생산은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SK팜테코가 맡고 있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하기도 했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코로나 19 국내 확진자는 처음으로 2,000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처음으로 2000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2018년엔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을 인수하면서 생산 능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SK는 지난해 10월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의약품 생산 계열사들을 모아 SK팜테코로 일원화했다. 

SK가 바이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우연한 성과가 아니다. 

SK가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바이오·제약사업에 처음으로 뛰어들은지 올해 28년차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6년 '딥 체인지'를 핵심 키워드로 내놓으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대대적인 기업 혁신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실제 SK는 미래 사업분야에 과감히 뛰어들면서 계열사 개수가 2015년 82개에서 2021년 148곳으로 늘었다. 그간 석유화학, 반도체, 통신에 집중됐던 사업 구조도 배터리, 바이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필요할 경우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잠재가치가 큰 새로운 회사를 사들이는 등 M&A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마치 투자회사와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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