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임단협 조합원 투표서 가결
쟁의권 확보한 기아 노조, 파업 카드 고려
한국GM, 임단협 투표서 부결…파업 가능성↑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27일 울산공장 등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27일 울산공장 등에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성차 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완전히 마무리하면서 3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했다. 현대차가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기아와 한국GM, 르노삼성 등 나머지 업체들의 임단협은 여전히 타결되지 못해 연쇄 파업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4만8534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4만2745명(투표율 88.07%)이 참여해 2만4091명(56.36%)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20만원 상당),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번 가결로 현대차 노사는 5월 26일 임단협 상견례 이후 63일 만에 교섭을 끝냈으며 3년 연속 파업 없이 타결하게 됐다. 현대차 노사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은 2009∼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에는 한일 무역분쟁 여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했다.

노사가 코로나19 여파 속에 동종 업계 다른 업체보다 생산을 잘 유지해왔던 것에 동의하고 임금 인상에 비교적 큰 갈등 없이 합의한 것도 무파업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교섭에선 특히, 미래차로 전환과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 신사업을 국내 연구소 중심으로 추진하고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를 약속하는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도 체결했다.

또 상대적으로 대우가 소홀하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던 사무·연구직 처우를 일부 개선했다.

기아 소하리공장
기아 소하리공장

현대차의 임단협이 타결되면서 나머지 완성차 업체의 임단협 타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현대차와 ‘한지붕 한가족’인 기아 노사의 임단협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애초에 이날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예정됐으나 광명 소하리 공장 내에서 코로나19 집담감염이 확산되면서 투표 일정이 다음달 10일로 연기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통상적으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교섭해왔다.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로 기아 노조도 현대차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요구안을 다시 조정해 교섭할 가능성이 높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금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정년연장 △노동시간 단축(주 35시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
한국GM 노조

기아와는 달리 한국GM은 임단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6727명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과반수인 3441명(51.15%)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GM의 임금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여름 휴가 전 타결은 불가능해졌다. 노사는 재협상을 통해 다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전체 노조원 대상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부결된 합의안에는 호봉 승급분을 포함해 기본급을 3만원 인상하고 450만원의 일시·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사측은 부평2공장 생산 일정을 최대한 연장하고 창원공장의 스파크 생산 연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안에 담긴 기본급과 일시금 지급 수준이 노조가 요구한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의 일시금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해 내부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평1·2공장과 창원공장의 미래 생산 계획과 관련해 사측이 명확한 향후 생산 일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노조는 생산 일정이 다음해 7월까지로만 돼 있어 구조조정 우려가 제기된 부평 2공장에 내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를 투입하는 것을 약속해 달라고 사측에 요구해 왔다.

여기에 부평2공장 근로자 중 일부를 창원공장으로 전환배치하는 방안을 사측이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가중됐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지난 21일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다음날 곧바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업계에서는 조기 타결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다.

다만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노사는 다시 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작년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임단협 교섭을 재개했으나 성과는 여전히 없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27일 11차 임단협 본교섭을 재개했지만, 기본급 동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사는 다음 주 시작되는 여름 휴가 이전에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협상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다시 교섭하기로 했다.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격려금 5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기본급 7만1천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5월 회사의 기본급 2년 동결 요구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섰고 회사가 직장폐쇄로 맞서며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지난달 XM3 물량 확보가 시급해진 사측이 직장폐쇄를 풀고 노조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느라 파업을 중단하면서 2교대 근무 체제로 원상복귀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완성차 업계 전체의 연쇄파업은 불발됐다. 기아도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로 재협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한국GM의 임단협이 다시 이뤄져야 하고 르노삼성도 임단협 교섭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파업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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