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산하 사회적가치연구원 정아름 측정연구팀장
SK그룹 산하 사회적가치연구원 정아름 측정연구팀장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화두를 넘어 그야말로 광풍이다. 최근 한달 간 ESG와 관련된 보도가 2만 5000건이 넘으며, 보도자료를 기반한 기사의 88%가 ESG와 관련된 기사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만물의 단어에 ESG를 붙여야 한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ESG위원회를 만들고 있으며, 정부 역시 K-ESG 평가기준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단순히 이익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관리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는 참으로 옳은 방향이지만, 과연 이러한 ESG 광풍이 그런 취지를 잘 반영하여 불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ESG 경영의 현황을 살펴보면, 쏟아지는 기업들의 ESG 계획은 선언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은 조금 미흡하다. 다만 이를 일방적으로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국내 ESG의 확산과정이 너무나 급진적이고 친절하지 못하다.

해외의 경우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확산되어 왔으며, 관련 연구도 풍부하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개념을 이해하고 기본 방향을 고민하며, 정착해 나가고 있다. 

전반적 인식 변화로 성과관리 집중

반면 국내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ESG가 새로운 개념으로 대두되면서 ESG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인식의 확산을 건너뛰고 ESG 평가와 규제로 큰 포문을 열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모호한 개념에서 시작된 평가와 규제는 가급적 재단하기 쉽고, 단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더욱이 아직도 ESG를 환경 오염 안 시키고, 착한 일이라고 보는 이해관계자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접근하기 쉬운 사회공헌에 먼저 힘을 쏟고 있는 듯하다.

ESG를 잘하지 못하면 ‘못된 기업’, 잘하면 ‘착한 기업’으로 치부하는 이분법적인 인식은 기업이 ESG성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단순히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하게끔 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인식은 ESG가 근본적으로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전통적인 재무적 요소와 함께 고려해야할 ‘비재무적 요소’이며, 이와 관련된 기업의 기회와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기본 핵심을 배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ESG투자 역시 기업의 재무성과와의 상관성은 낮다고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 투자비중을 축소시켜 장기수익률을 개선시킨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이렇듯 해외의 경우 ESG는 기업 경영과 투자 표준으로 자리잡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상징적 활동과 단순한 평가 결과보다는 ESG 성과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ESG위원회 설치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위원회에 ESG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신사업기회를 도출하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개선하고 창출해 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속가능성 위해 인센티브에 대한 논의도 필요

전경련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ESG 전략 수립 시 애로사항 중 가장 많은 기업이 ‘ESG 모호한 범위와 개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상위 답변 중 하나가 ‘지나치게 빠른 ESG 규제 도입’이다. 아직 ESG의 범위와 개념에 대한 이해가 정착되지 않았지만 해외 ESG 관련 규제는 빠르게 국내로 전파되어 오고 있다.

비교적 단계적으로 발전해온 해외의 규제제도를 급격히 성장한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ESG 경영을 규제 준수 의무나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으며, ESG 창출방안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이다. ESG가 말그대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라면, ESG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최근 탄소중립 또는 넷제로 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이고, 넷제로 역시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달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사업의 전환 또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ESG 관련 투자를 조 단위로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기업들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ESG가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자본시장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ESG와 관련된 비용을 충당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규제 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촘촘한 규제를 만든다 하더라도 규제자체는 기업의 준수 의무로 작용하여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기업들의 체질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ESG의 양극화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절반을 기준으로 도태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규모가 작거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에 국내에서 ESG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ESG 관련 비용을 충당하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도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ESG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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