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정년연장 논란에 임단협 결렬
한국GM 노조, 부평2공장 물량두고 입장차 커
여름휴가 전 현대차 파업시 연쇄파업 가능성 높아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에서 사측이 두 번째로 제시한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모습.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에서 사측이 두 번째로 제시한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은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모습.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임단협)에서 사측이 두 번째로 제시한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름 휴가 전까지 2주 정도 남은 가운데 이번 주에 완성차 업계의 연쇄 파업 여부가 나올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6일 교섭에서 기본급 월 5만9000원 인상, 성과금 125%+35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200만원, 무상주 5주, 복지 10만 포인트 등을 포함한 2차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이는 1차 제시안 총액(1114만원)보다 299만원 늘어난 1413만원 규모로 총액 기준으로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본급은 최근 5년 내 합의 수준보다 높고 성과·일시금은 2018년과 비슷하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을 거부했다. 노조가 요구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순이익 30%를 성과금 지급 등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뿐 아니라 사측이 정년 연장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기 직전인 만 64세까지 정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미래차 전환의 필요성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이견을 좁히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동조합도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또 노조는 국내 일자리 유지를 위한 미래산업 협약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사기 진작을 위한 단체협약 일부 개정에는 합의했다. 합의안에는 신입사원 첫차 구입시 20% 할인, 결혼·출산 축하금 100만원으로 인상, 1인1실 기숙사 신규 건립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부터 사측과 실무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노조는 일단 20일까지 집중 교섭을 벌인 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에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어 앞으로의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노조가 쟁대위에서 파업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측이 이번주 제시안을 보완하면 다음달 첫 주인 여름 휴가 전까지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름 휴가 전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하려면 현대차 노사는 이번 주 중 타협안을 마련해 다음주에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한다.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GM도 노조의 쟁의권 확보로 파업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19일 한국GM 노사의 임금협상과 관련한 쟁의 조정에서 노사 간 입장차가 커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GM 부평2조립공장
한국GM 부평2조립공장

한국GM 노조는 지난 1∼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이미 파업을 가결한 상태라 중노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노조는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 확약, 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측이 부평2공장에 추가로 생산 물량을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생산 일정이 내년 7월까지로만 돼 있는 부평2공장에 내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투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부평2공장의 근로자를 창원공장으로 전환배치하는 방안을 회사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노조는 구조조정의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노조 파업. 르노삼성 노조 제공
르노삼성차 노조 파업. 르노삼성 노조 제공

르노삼성차도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작년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로 교섭 재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르노삼성차는 노조가 회사의 기본급 2년 동결 요구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서자 회사가 직장폐쇄로 맞서며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지난달 XM3 물량 확보가 시급해진 사측이 직장폐쇄를 풀고 노조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느라 파업을 중단하면서 2교대 근무 체제로 원상복귀했다.

파업을 단행했던 르노삼성차 기업 노조가 다시 교섭대표 노조로 결정됐지만, 노사 양측이 XM3 수출 호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추가적인 생산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어 교섭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노조원 다수가 여름 휴가 전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어 8월 초 이전까지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영향으로 19∼20일 부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르노삼성차는 생산이 재개되는 21일부터 임단협 교섭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연쇄 파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낸다면 다른 자동차 노조도 연달아 파업할 가능성이 나와 여론의 역풍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기아 노조도 최근 내부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지부의 압도적 쟁의행위 결의를 지지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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