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노조와 기본급 인상 두고 '파열음'에 파업 수순
정의선 체제 들어 2년간 무분규에도…"파업 분위기 고조"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년간 우호적인 노사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기본급 인상을 두고 입장차가 커지면서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사진 왼쪽에서 네번째)이 지난해 10월 노조 집행부와 공식만남 후 사진 촬영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년간 우호적인 노사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기본급 인상을 두고 입장차가 커지면서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사진 왼쪽에서 네번째)이 지난해 10월 노조 집행부와 공식만남 후 사진 촬영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정의선 회장 체제에 들어 첫 파업 위기를 맞았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년간 우호적인 노사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기본급 인상을 두고 입장차가 커지면서 파업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00%(기본급+통상수당 기준)+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제안이 조합원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노조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영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해왔다.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어 오는 5일에 임시 대의원회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한 뒤,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노조는 쟁의를 추진하면서도 사측에서 납득할만한 교섭 요청이 들어오면 다시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의 뚜렷한 입장차가 확인된 상황에서 교섭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노사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안건은 정년 연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존 만 60세인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신규채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비교적 연령이 어린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는 정년 연장보다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현대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연합뉴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연합뉴스

이에 현대차 노사는 각각 입장문을 내고 서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지난 1일 담화문을 내고 "회사가 최근 들어 최고 수준 임금·성과급을 제시했는데도 노조가 파업 수순을 되풀이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언태 사장은 "작년 영업이익 33.6% 감소, 올 상반기 반도체 대란 등으로 7만 대 생산 차질 등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었는데도 전향적으로 제시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이번 제시 수준에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주요 전자업계, IT 기업과 비교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인원과 원가 구조 자체가 제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업체와 비교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냉정이 판단해달라"고 덧붙였다.

노조도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사측을 비판했다.

노조는 "작년 다른 대기업과 공기업이 임금 인상과 풍족한 성과급을 지급할 때도 현대차 조합원들은 사회적 어려움에 같이하고자 무분규로 임금을 동결했다"며 "더 이상 희생은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고객 없이 조합원도 없다는 신념으로 품질, 생산성 향상에 노력해왔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열심히 생산 활동을 해온 결과 여느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양호한 영업실적을 올리며 회사 발전을 견인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회사가 분배 정의를 왜곡하고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통해 맞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현대차 노사간에 파열음이 격화되면서 점차 파업 수순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파업이 확정된다면 정의선 회장의 취임 첫 파업으로 기록된다.

정의선 현대지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지동차그룹 회장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회장직에 취임한 후 17일 만에 노조 집행부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우호적인 노사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노조지도부와 오찬에서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의 만족이 회사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며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사간의 단체협약은 중요한 것"이라며 "조합원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방안을 노사가 함께 찾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노조지도부와 공식 만남을 가진 것은 19년 만의 일이다. 이에 현대차 노조도 사측의 긍정적인 접근에 맞춰 2년간 무분규 노사관계를 구축해왔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9년에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회사 안정화 차원에서 임단협을 빠르게 타결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노사가 11년 만에 임금동결에 뜻을 같이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의 파업위기가 고조되면서 정의선 회장이 공들여 왔던 우호적 노사관계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현대차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완성차 업계의 연쇄 파업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아와 한국GM 등도 정년연장에 비슷한 입장을 내고 있어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단행한다면 다른 기업의 노조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현대차 내 파업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나 미국 시장에서 상반기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리는등 탄탄한 실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제네시스 포함)이 80만4944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1% 증가했다고 2일 밝혔다.

현대차는 42만6433대를 팔았다. 이는 작년 상반기 대비 52.2%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량은 1만9298대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5.9% 늘었다.

기아 역시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는 상반기에 37만8511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 대비 43.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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