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가치·실용주의 앞세워 사업재편..'선택과 집중' 강화
보수적 LG, 외부인사 영입으로 쇄신..취임 후 시총 60조↑

 

재계의 대표적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을 기준으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LG그룹 제공
재계의 대표적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을 기준으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LG그룹 제공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재계의 대표적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을 기준으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보수적 색채의 LG그룹에 실용주의 DNA를 심으며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고객을 'LG팬'으로 만들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16년 6월 29일에 총수에 취임한 후로 ‘고객가치’를 늘 강조해 왔다.

그는 첫 2019년 첫 신년사에서 "고객과 사회로부터 진정 사랑받는 LG, 새로운 LG의 미래를 다같이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LG만의 고객 가치를 변화의 기점으로 잡고, 고객 마음 속의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것이 그룹의 미래를 뒷받침하는 성장 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LG그룹은 시장 내 점유율 확보라는 단순한 목표에서 더 나아가 고객을 'LG팬'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취임 3주년이 된 올해에는 LG의 고객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고객 감동을 완성해 'LG의 팬'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구광모 회장은 30여 차례에 걸쳐 매장과 고객센터 등 고객접점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사례 등도 공유했다.

이후 구광모 회장은 계열사별로 고객가치 혁신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했다. 고객의 불편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기 위해 기존의 온·오프라인 고객센터 중심에서 나아가 포털, SNS, 고객체험단 운영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불편 사항을 수집하고 고객 접점 과정을 모니터링해 관리해 나가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그룹 빌딩.
서울 여의도 LG그룹 빌딩.

◇취할 건 취하고, 버릴건 버린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LG그룹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냉철한 사업전략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구조조정하면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건 버린다’는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변화의 속도를 높여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광모 회장은 최근까지 비핵심·부진 사업 10여 개를 대거 정리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의 바람은 화학, 디스플레이, 전자분야에서 나타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사실상 장악한 LCD 사업의 국내 철수를 천명한 후 사업 매각을 매각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9년 4월에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탈LCD 소재전략에 나섰다. 이는 LCD 시장 악화가 가속화되고 OLED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LG화학은 중국 화학소재 기업인 산산과 11억달러(약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했고 LCD 컬러필터 감광재 사업을 중국 요케테크놀로지 자회사인 시양인터내셔널에 580억원에 매각했다. 유리기판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도 경북 구미공단에 위치한 구미사업장 매각을 추진하면서 LCD사업 축소에 나섰다. LG유플러스도 지난 2019년 12월에 전자결제 사업에서 손을 뗐다.

특히 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전면 철수도 이뤄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조기 진입에 실패한 후 지난 6년 동안 MC사업부문 누적 적자가 5조 원이 넘어서는 등 재무적 부담은 가중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애플 등에 밀려왔던 스마트폰 사업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정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신 강점을 지닌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키워나가고 있다. 신규 개척 분야이자 미래먹거리인 'OLED·배터리·전장' 3대 분야를 주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와 중국 광저우에 투트랙 생산체제를 가동해 생산수율을 높여 지난해 450만대 수준이었던 OLED TV 패널 생산량을 올해 80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OLED 패널 확대로 LG전자는 올 1분기 OLED 출하량 79만2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16% 성장한 것이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에서 지난해 분할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전세계 상위권의 배터리 생산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150조원에 달하고, 연간 배터리 생산가능 규모는 120GWh(전기차 약 160만대) 수준으로 세계 최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확보한 자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게다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LG화학은 기술 유출 논란을 빚어온 SK이노베이션과 대대적인 소송을 벌이며 막대한 배상금을 받아내는 등 핵심 기술 방어에도 집중하고 있다.

또 전장사업 분야에서는 M&A(인수합병)과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정리 후 전장사업 분야 강화에 나섰다. LG전자는 다음 달 글로벌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에 LG그룹의 전장부품 사업 규모도 빠르게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LG 제공

◇순혈주의 타파하고 외부 영입 늘려

다소 보수적인 문화를 지닌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새로운 문화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부터 계열사별 복장 완전 자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회사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주도성,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기 위한 '살롱' 문화도 도입했다. 연구원들이 소속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나누도록 만들어 자유로운 소통을 즐기며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또 취임 후 구광모 회장은 본인을 ‘회장’ 직함보다는 대표라는 호칭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하는 등 이미지 쇄신도 나서고 있다.

게다가 순혈주의를 중시하고 연공서열을 따지던 문화도 대거 바뀌었다.

주로 부회장급이 맡던 LG전자의 대표이사 자리에 권봉석 사장을 앉힌 이후로 임원 연령을 대폭 낮췄다. 지난해 말 단행된 LG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 45세 이하 24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으며, 올해 임원 인사 규모는 181명으로 평균 나이는 48세다.

또 2018년 당시에 3M의 수석부회장인 신학철 부회장을 직접 설득해 LG화학의 부회장으로 앉히는 등 외부영입도 진행했다. 이외에도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글로벌사업추진담당으로 허성우 BP코리아 대표,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장 전무로 김 스티븐 헨켈코리아 대표를 선임하는 등 3년간 총 50여 명의 임원급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이외에도 작은 아버지인 구본준 LX홀딩스 회장과 결별하며 '구광모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달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판토스 등을 거느린 LX그룹을 계열에서 분리했다. LG그룹은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고 나머지 형제들이 계열사를 분리해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은 구광모 회장의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했다.

◇취임 실적, 늘어난 시가총액으로 증명

구광모 회장의 취임 후 성적은 대폭 늘어난 시가총액이 증명하고 있다.

지난 3년 전보다 LG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평균적으로 47.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3년간 LG그룹의 시가총액(LX그룹 분사 예정 계열사 제외)은 59조561억원 늘었다.

2019년 6월 29일 79조100억원이던 LG그룹 시총이 이날을 기준으로 138조661억원으로 74.75%나 늘었다.

또 계열사의 잇단 성장으로 지주사인 LG의 주가도 상승했다. 3년 전에 7만2100원이던 LG의 주가는 3년만에 47.7% 오른 10만6500원에 달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LG그룹은 실용적인 색채를 더욱 띄게 됐다”면서 “사법리스크도 비교적 적어 더욱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그룹은 취임 3주년을 맞이했으나 그룹차원의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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