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상장된 가상자산 대규모 정리 나서
업비트, 30종 가상자산 원화거래정지·유의종목 지정
빗썸 등서도 대규모 정리…특금법 시행 앞 리스크 ↑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가 상장된 가상자산의 대규모 정리에 나섰다.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가 상장된 가상자산의 대규모 정리에 나섰다.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가 상장된 가상자산의 대규모 정리에 나섰다. 부실한 가상자산을 서둘러 정리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 이후에도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유력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 11일에 마로·페이코인·옵져버·솔브케어·퀴즈톡 등 5개 종목에 대해 오는 18일부터 원화거래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원화거래란 우리나라 돈으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뜻하며, 국내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원화거래 종료 시에는 사실상 거래가 어려워진다.

또 코모도·애드엑스·엘비알와이크레딧 등을 포함한 25개 종목에 대해서는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은 일주일간 검토를 거쳐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업비트는 유의 종목 지정 배경에 대해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빗썸도 애프앤비프로토콜, 퀸비 등 2개 가상자산을 최근에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외에 중견급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가상자산 정리에 나서고 있다.

프로비트는 지난 1일에 가상자산 145개에 대해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 원화 시장에 올라와 있는 365개 코인 중 절반이 넘는 규모다.

포블게이트도 지난 4일 가상자산 8종에 대해 거래 지원 종료를 밝혔다.

지난 14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이렇듯 가상자산 거래소가 대규모 가상자산 정리에 나선 것은 특금법 신고 기한을 3개월 정도 앞두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특금법 시행 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확보해야 하고 ISMS(정보관리체계)를 획득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해야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거래량이 적거나 정보 공유가 빈약한 가상자산을 정리해 은행과 금융위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한다.

게다가 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 10일에 열린 간담회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불러 현장 컨설팅에 대한 신청의사를 밝혀달라고 전달했다. 또 7월 말까지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현장 컨설팅에도 나서기로 하며 사실상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대규모 가상자산 정리에 나서자 투자자들의 손실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거래소에서만 거래된 가상자산은 처분이 어렵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업체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력 거래소인 업비트가 먼저 정리에 나선 상황에서 타 거래소에서도 정리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가상자산 업체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가상자산이 발행됐으며 기사와 공시를 통해 꾸준히 사업 진행 상황과 성과를 알리며 투자자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히 소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비트에서 원화거래가 중지된 퀴즈톡은 “기습적인 업비트의 상장폐지로 인해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액과 피해 사례를 집계 중이며, 이들의 목소리와 권익 보호를 최우선에 둔다는 방침”이라며 “정당한 사유와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통보한 업비트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페이코인을 운영하는 다날핀테크도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업비트 조치(원화 거래중지)가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라며 "업비트 원화거래 중단 악재에도 페이코인이 진행하는 결제 사업은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금융당국은 투자 위험도가 큰 상장폐지·유의종목 가상자산에 대한 관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14일 오후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받은 곳을 중심으로 20여개 가상화폐 거래소에 이메일을 보내 "이달 7일 이후 16일까지 상장 폐지됐거나 유의종목에 지정된 코인 명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시장동향 파악 차원이기는 하나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당국간 일일보고가 시작됐다는 평가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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