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8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단체협약 쟁취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을 거부하며 '9시 출근·11시 배송출발'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8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단체협약 쟁취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을 거부하며 '9시 출근·11시 배송출발' 단체행동을 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결렬에 따라 전국 택배 노동자들의 무기한 전면 파업이 현실화 됐다. 지난해 12월 7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꾸려진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택배노조는 9일 조합원들을 상대로 총파업 투쟁 찬반투표를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 5823명 중 5310명이 총파업 총력투쟁 투표에 참여해 찬성 4901표, 반대 559표(찬성률 92.3%)로 가결됐다. 

쟁의권이 있는 택배노조 조합원 약 2100여명은 9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쟁의권이 없는 조합원들은 지난 7일부터 실시해온 2시간 출근 지연 투쟁을 이어간다.

개별 분류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우체국 택배는 사실상 파업 상태와 같고, 일시적으로 분류작업이 투입되는 택배사들도 철저하게 개별 분류된 물건만 싣고 나가도록 하겠다는 게 택배노조의 설명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분류작업 문제는 이제 끝장내자는 결심으로, 국민께 불편을 끼치더라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는 점을 밝힌다"며 "언제든 그 누구라도 대화를 요청하면 피하지 않고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택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사회적 합의의 공식 주체인데도 사유를 밝히지 않고 회의에 불참함에 따라 우정사업본부에 대해서 향후 집중 타격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택배노조는 그동안 택배사와 우정사업본부가 분류작업에 택배노동자를 내몰아 수십 년간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다고 비판한다. 과로사 방지대책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달라는 것은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위험에 방치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사회적 합의문을 가장 모범적으로 수행해야 할 우정사업본부가 '자체 연구용역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단 1명의 분류인력도 투입하지 않았다"며 "분류작업을 개선하고 1차 사회적 합의대로 분류 비용도 소급 적용하라"고 했다.

이렇게 택배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자 택배업체들은 그 영향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택배업계에서는 일부 배송 차질은 있겠지만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규모가 크지 않고 직영 택배기사 투입 등도 가능한 만큼 전국적인 '택배 대란'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전체 택배기사 가운데 노조 가입률이 11% 정도고 이 중에서도 일부만 파업에 나서는 만큼 전국적으로 택배 차질은 없을 것으로 가늠하고 있다. 최대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은 노조원 비중이 7% 정도, 한진과 롯데택배는 5%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택배노조가 7∼8일 진행한 택배 분류작업 거부와 '9시 출근' 단체행동에서는 노조 조직률이 높은 우체국 택배를 중심으로 일부 배송 차질이 빚어졌다. 민간 택배사에서는 경남 창원 등 노조원 비중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 배송 차질이 있었다. 다만 택배업계는 이번 총파업 선언이 전국적으로 배송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업계는 택배노조가 실제 강도 높은 파업을 벌이면 직고용하는 회사 소속 택배기사나 관리직 인력을 현장 배치하는 등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CJ대한통운의 직영 택배기사는 1000명 수준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배송 지연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택배 배송에 집배원을 투입한다. 많은 물량을 접수하는 계약업체는 민간 택배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대응 계획도 내놨다.

택배가 쌓여 있는 강원 동해 SUB터미널 모습
택배가 쌓여 있는 강원 동해 SUB터미널 모습

이번 총파업 사태는 노조에서 핵심적인 합의 결렬 원인으로 제시한 사회적 합의안 '적용시점 1년 유예' 문제를 두고는 노조와 택배업체 간 주장이 상반된다는 점이다.

1차 합의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투입하던 중이었고 택배업체의 기본 방침은 거래구조 개선 등 논의 중인 사항도 합의되는 대로 성실히 이해한다는 것이지만, 적용 시점 유예 내용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택배 물량 감축에 따른 임금 감소 문제는 사회적 합의기구 논의에서 택배기사들의 근로 시간을 지금 보다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데 따라 논란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배송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감소가 따른다. 이에 관한 대책은 택배비 인상과 연계돼 있어 당장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택배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노조는 파업을 하면서도 앞으로 진행될 교섭에는 참여할 방침이다. 다음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는 오는 15∼16일로 예정돼 있어 그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택배 분류 전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택배 노조의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 소상공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정부 또한 중재자 역할을 발휘해 사회적 합의기구의 1차 합의안대로 분류작업 자동화 이행 지원을 비롯한 분류작업 개선방안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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