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는 '봉' 취급하는 대한민국
정부, 자영업 손실보상 적기 시행해야,

가장 숨 막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생기가 돌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 손실보상이다.
가장 숨 막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생기가 돌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 손실보상이다.

[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자영업 손실보상제 도입을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국민의힘 소속 최승재 의원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의 단식 중단 권유를 수용, 2일 병원으로 실려갔다. 최의원은 51일째 천막농성,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자영업손실보상제 처리를 위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도 열리지 못하고 5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자영업 손실보상제 관련 논의가 제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새해 업무보고에서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여야 7개 정당 의원 117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초당적으로 손실보상제 입법에 나서겠다는 주장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가 손실보상금을 소급해 지급하게 되면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고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어 법안처리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관련 입법청문회를 개최했다.

소상공인 당사자와 법학 전문가들은 소급적용까지 필요하다고 증언했지만, 정부는 기존의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최철호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상 손실보상은 집합제한·금지 조치가 내려진 시점부터 소급적용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소급적용 여부는 국회 결정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68만 개 사업체 대상으로 순전히 영업이익은 작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1조3000억 원이 보상이 필요한 손실로 추계됐다. 고정비용까지 감안하면 3조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반면에 중기부가 지원한 게 5조3000억 원,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7800억 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지원은 집합제한·금지에 상응하는 보상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가권리금 보호와 관련된 입법 작업이 진행되던 2014년, 국토교통부는 “국내 전체 상가권리금은 총 33조 원인데, 상가권리금을 제대로 못 발을 우려가 있는 상가임차인은 약 120만 명, 그 규모는 약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자료는 한국부동산원이 상가권리금 통계 작성을 위해 조사대상 표본 8천 개를 근거로 작성된 추정치였다. 전국 통계도 아니고,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이었다. 통계품질에 문제가 있어, 국가승인통계에 포함되지도 않은 추정치였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번 중기부 공무원이 주장한 자영업 손실추정액과는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손실보상을 하려면 정산이 필요하고 정산하면 추가지급도 있겠지만 환수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손실 추계액을 넘는 지원액에 대해 환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특수고용인과 프리랜서, 농어민, 저소득층 등과 여행업 등 일반업종 간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어 “방역 공익을 위해 어렵지만, 소상공인도 분담할 필요가 있어 피해지원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소상공인은 코로나 19사태에 정부를 믿고 생계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방역 대책을 준수해왔다. 늘어나는 빚더미에도 대한민국을 지켰다. 2020년 한국의 실질성장률은 마이너스 1%였으나 큰 폭 역성장한 선진 외국보다 선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당초보다 0.5%포인트 상향, 3.8%로 전망했다.

코로나 19라는 천재와의 전쟁에서 빈곤과 처절한 싸움을 치룬 소상공인. 그들에게 손실보상은 늦출 수 없는 민생해결 최우선 현안이다.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섰으나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늦춰진다면 정치인과 관료에 대한 불신 해소는 기대난이다. 더불어 잘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가장 숨 막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생기가 돌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 손실보상이다.

자영업 손실보상제 '헌법 합치'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제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공법 이론상 ‘조정보상의 원칙’이 반영돼있는 것이다.

유사한 정부의 보상금 지급사례는 부지기수에 달한다. 우리 정부는 인천 공항 건설과 관련해 어민들의 손해에 대해 보상을 했다. 그리고,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 열병 또는 구제역 등의 재해 발생과 관련해 강제 살처분을 당한 축산업자에게 피해보상을 해주었다. 해안가에 풍력발전기 설치와 관련해 피해 어민들에게 적절한 보상금이 지급되었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또는 송전탑 설치 등과 관련해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도 적절한 보상을 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볼 때, 재산권을 침해당한 자영업자에게 정부가 소급해 적절한 피해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다만, 우리 헌법에 명시돼 있는 ‘정당한 보상’이란 추상적 문구를 어떻게 해석해 구체적 보상금 수준을 결정할 것인가의 쟁점만 남아있는 것이다.

‘보상’이란 개념은 대한민국 정부가 채무자의 지위에서 당연히 지급해야 할 의무이다. 따라서, 정부가 임의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한 ‘지원금’과는 엄밀히 구분된다. 지급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 아니라, 정부는 파산 상태가 아닌 한 당연히 지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일반인이나 사기업이 법률상 지급해야 할 채무를 재정 형편이 어렵다고 지급을 거부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정부도 당연히 의무를 이행해야 옳을 것이다.

자영업자, 비빌 언덕이 없다

2015년 5월 13일 국회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권리금 보호를 법제화했다. 2009년 1월 20일 끔찍한 용산참사 사건이 발생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입주 상인의 상가권리금 보상이었다.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시작된 상가권리금 법제화 작업에 무려 6년이나 걸린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빗발치는 아우성에 국회가 마지못해 법을 개정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도 대형마트와 지하도 상가 등의 국유재산은 적용이 배제되는 등 자영업자의 상가권리금 보호와 관련해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국회와 행정부의 무관심, 무능, 그리고,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2015년 5월 13일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정부는 권리금 수요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제공, 권리금 분쟁소송 및 평가기준 마련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상가권리금 통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은 2016년부터 매년 상가권리금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근거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15조 및 동법 시행령 제25조에 규정돼 있다. 조사 편의상 권리금 조사는 부동산 정책 및 수립을 위한 시장동향 조사에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2016년 최초 조사 시점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외부로 상가권리금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은 해당 통계가 국가승인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계조사 방식과 통계품질에 문제가 있어 국가승인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국토교통부는 왜 그동안 통계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했는지 묻고 싶다. 외부로 공표도 하지 못해 써먹지도 못할 통계 작성에 왜 5년에 걸쳐 매년 국민의 혈세를 투입했는가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국토부의 담당 공무원은 반성의 기미는 조금도 없이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자영업 손실보상 적합한 잣대 '상가권리금 통계'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 제1항에 “권리금이란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를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 판결문 언급된 내용을 그대로 법문에 담은 것이다.

가장 숨 막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생기가 돌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 손실보상이다.
가장 숨 막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생기가 돌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 손실보상이다.

회계학 또는 세법상 상가권리금은 영업권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는 초과 수익력을 뜻한다. 상가권리금은 미래 순현금 흐름의 현재가치인 것이다. 따라서, 자영업 손실보상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업으로부터 창출될 미래 순현금 흐름 감소분의 현재가치인 것이다. 이는 개념적으로 코로나 19로 증발한 상가권리금 금액으로 측정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당연히 보상해야 할 금액은 영업규제 조치를 시행하기 직전의 상가권리금과 현시점의 상가권리금 차액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부실한 조사 때문에 자영업 손실보상금 결정에 활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국회가 자영업 손실보상금 수준 결정이 겉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리금 통계가 제대로 작성됐더라면, 소급적용을 위한 보상금 수준 결정을 고민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수백만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허공에 떠 있는 수치를 두고 갑론을박 논쟁을 벌이는 현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이제라도 부실할지라도 2016년도부터 조사한 상가권리금 통계를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이를 기준으로 자영업 손실보상금 수준 결정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왜 자영업자만 ‘봉’ 취급을 받아야 하나?

김영삼 정부 시절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시장을 개방했다. 시장 개방과 관련해, 정부는 피해농어민에게 쌀 직불금 제도 등을 포함해 해마다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지원을 퍼부었다. 그리고, 농협의 하나로마트 입점과 관련해 정부는 예산지원은 물론이고, 각종 규제 적용까지 배제 시키는 등의 혜택을 베풀었다. 농협하나로마트의 도심권 진출을 전면적 허용으로 슈퍼마켓을 포함한 골목상권은 초토화됐다. 하지만, 정부는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고,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명백한 헌법상의 평등권 침해이다.

2011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가 국회에서 비준 처리된 이후, 우리 정부는 한중 FTA 등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다자간 무역협정 잇따라 체결하고 있다. 정부는 FTA를 체결할 때마다, 국책연구소를 통해 현미경 수준의 농어민 피해 영향조사에 근거해 엄청난 규모의 예산지원을 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정부는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소비재에 대한 관세면제 혜택까지 주는 등의 특혜 제공을 하면서 해외 직구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패션이나 신발 판매 등의 로드샵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분명히 외국사업자 우대 또는 국내 사업자 역차별 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2015년 체결된 한중 FTA는 소상공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 주었다. 영세한 완구, 봉제, 장신구 등의 소공인들은 사형선고를 맞은 것과 다를 것 없었다. 중국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만들어진 저가상품들이 무관세로 시장에 풀려 나왔다. 동대문 시장을 황폐화시킨 주범이었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한중 FTA 체결 시 국책연구소가 제출한 피해영향조사 용역보고서에는 ‘소상공인 DB가 없어 피해 영향조사를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법적으로는 피해영향 조사를 바탕으로 피해 집단에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진 이후, 국회가 비준 처리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TV 광고를 통해 국회의 조속한 비준처리를 압박했다. 물론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은 꿈조차 꿀 수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소상공인 관련 통계나 DB는 구축되지 않고 있다. 국회와 정부의 명백한 직무 유기인 것이다.

당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행정부 공무원들은 농민들의 거센 움직임에 재정부담 등의 반대 목소리를 한 마디도 내질 못했다. 농어민 인구 비중은 5% 미만이고, 자영업 종사자 비중은 25%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소상공인 편에 서서 기획재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할 중소벤처기업부마저 왜 기획재정부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지 그 이유도 궁금하다. 과거 한미 FTA 체결 당시 농수산부가 취했던 입장과 너무 비교된다. 소상공인기본법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법률 제1조에 규정된, ‘소상공인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영안정을 촉진하고, 사회적ㆍ경제적 지위 향상 및 고용안정을 도모’란 문구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상식 밖의 행태를 보려고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소상공인 단체들이 나서 한목소리로 중기청의 부처 승격을 요구했었나 보다.

손실보상, 망서릴 이유 없다

기획재정부는 행정부의 경제 사령탑이고, 경제정책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미국의 4배, OECD 평균과 일본의 2배 수준이다. 자영업 분야는 ‘일자리 저수지’라 부른다. 죽지 못해 힘들게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 비중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실업률 또는 취업률 통계는 지나치게 호도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업종은 과포화 상태다. 미장원의 경우, 우리나라의 인구수 대비 자영업자 수는 미국의 10배가 넘는다. 음식업도 4배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자영업 과포화 현상에 책임질 생각은 조금도 없고, 재정 건전성 타령만 늘어놓고 있는 셈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

자영업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 적용도 기획재정부의 반대 때문에, 같은 근로 빈곤층에 속하지만, 일용근로자보다 6년이나 늦었다. 만시지탄. 더불어민주당은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특히 민감한 대상 범위와 소급적용에 대해 당정 간 조율중이라고 2일 밝혔다.

송 대표는 ‘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 “행정처분으로 영업의 제한이나 폐쇄를 당한 업종에 손실을 보상하도록 할 것이다”면서 “직접 영업제한 대상이 아닌 교통, 관광, 숙박 등 간접적 피해를 입고 고통을 받은 업종 등 손실보상이 사각지대 없이 진행할 수 있게끔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여당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소상공인 손실보상의 전면 검토에 “훌륭한 결단”이라고 맞장구쳤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소상공인 손실보상도 전면 검토에 들어갈 때"라 "세계에서 유례없는 방역에 앞장서 주신 주권자에 대한 마땅한 실천"이라며 "당장의 생활고와 빚에 허덕이면서도 긴 안목으로 성실히 함께 해주신 소상공인과 서민들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실시의 공은 이제 행정부로 넘어갔다.

자영업자만이 유독 ‘봉’ 취급하는 대한민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정부가 지금 나서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지경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이재명 지사의 말처럼 지체할 이유가 없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