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 아울러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약 74억달러(8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이번 투자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외 투자와 현지생산 탓에 국내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모델 생산을 추진키로 하고 우선 내년에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싼타페와 투싼, 아반떼, 쏘나타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기아는 조지아 공장에서 쏘렌토와 K5를 생산 중이다. 북미 전략 차종인 텔루라이드는 전량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26만8700대를, 기아는 22만4200대를 각각 미국 현지에서 생산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투자 계획에서 당장 구체적인 생산 차종과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일단 내년에 앨라배마 공장에서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생산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는 가운데 전기차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판매가 중국 시장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200조원의 정부 예산 지출도 결정된 바 있다.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테슬라 20만6000대, GM 2만1000대, 폭스바겐 1만2000, 르노-닛산 1만대, 현대차그룹 7000대, BMW 2000대 등의 순이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등을 고려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과 현지 대량 양산 능력을 갖춘 업체의 선전이 유력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에 생산 공장을 새롭게 짓는 것은 아니고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위한 라인 설비 확충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와 판매 확대 등의 효과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현지 생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7일 사측의 일방적인 미국 시장 투자 계획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 불신이 큰 마당에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사측이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친환경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산업이 격변하는데, 기술 선점과 고용 보장을 위한 새로운 노사가 관계가 필요하다"며 "사측이 해외 투자를 강행하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 시대 부품 수급 등 해외공장 문제점은 너무 많다"며 "품질력 기반 고부가가치 중심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국가 간 관세 문제로 일정 정도 해외 공장 유지는 부정하지 않지만, 해외공장은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정상회담을 두고 준비한 선물용이라면 더 비판받아야 한다"고 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에 신사업 변화에 대응한 기존 일자리 지키기가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기차 해외 생산 역시 주된 쟁점으로 꼽힌다.

앞서 노조는 지난 12∼14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노령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을 내용으로 올해 요구안을 확정한 바 있다.

요구안에는 차세대 차종이나 친환경 차 관련 주요 부품을 개발, 생산할 때는 국내 공장 우선 배치를 원칙으로 하는 등 국내 일자리 유지 방안도 넣었다.

현대차 노조는 이달 말 사측에 올해 임단협 교섭 상견례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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