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갈수록 뜨겁다.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논란 말이다.

경제사회적으로 출구가 막힌 2030 청년을 중심으로 한 가상화폐 투자 광풍은 코로나 19시대에 가라않을 줄 모른다. ‘투기인가 생계인가’는 시비마저 뜨겁다. 청년이 주식 대신 코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와중에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치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청년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투자자산에 대한 긍정과 부정은 팽팽, 가상화폐는 이래저래 뜨거운 감자다.

세계 가상화폐의 합산 시가총액이 2조달러를 돌파, 약 2조38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달러 전체 유통금액인 2조1550억달러를 웃돈다.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5월보다 열 배 이상 불어났는데, 아직도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회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을 제정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행정부 관료들과 한국은행은 경쟁적으로 틈만 나면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까닭에 입법작업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는,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표현하고 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해 가상자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은 위원장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아직 등록한 업체가 없다.”며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다”고 피력했다.

나아가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가 200개 정도 있지만 모두 다 폐쇄가 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암호화폐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지급수단으로 사용되기에 제약이 많다.”면서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다.”면서 부정적이다.

그는 “암호화폐는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 수단으로 기능을 수행하기에 제약이 있다”면서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고,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커진다.”고 했다.

아마도 우리 정부가 지구상에서 가장 가상자산에 대해 가장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나라일 것이다. 한국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 고수는 시시비비가 필요하다.

암호화폐에는 내재가치가 없는가?

내재가치(Intrinsic Value)란 그 자체로 또는 다른 외부 요인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고유의 가치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가치는 화폐라는 측정단위로 표시된다. 하지만, 가치는 다분히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효용 정도가 다른 까닭에 그에 대한 가치평가도 다르다. 다만, 집단지성의 결정에 따라 시장가치가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내재가치가 원천적으로 존재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명품 핸드백에 내재가치가 있는가? 먹고 살 만한 사람이라면,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망으로 거액을 주고 구매할 의사가 있겠지만, 빈곤층에게는 효용 가치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귀금속이나 보석도 마찬가지다. 희소성에 대한 평가도 상당 부분 주관적이다.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에 내재가치가 있을까? 이 세상에 영원무궁토록 존속하는 기업은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룡기업도 망하는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종국의 기업가치는 제로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EBITDA란 개념이 사용하는데, 이는 이자비용(Interest), 세금(Tax), 감가상각 비용(Depreciation & Amortization)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의미한다. 회사의 손익계산서에서 당기순이익에 이자비용, 세금, 유무형 감가상각 비용을 더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구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기업이 창출하는 순현금흐름(Net Cashflow)이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연도별 EBITDA를 구하고, 이를 위험조정할인율을 적용해 할인하는 방식으로 기업 또는 사업의 가치를 산정하고 있다.

기업의 주가 수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때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를 사용하기도 한다. PER는 회사 주식의 시장 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과거 발생한 회계적 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까닭에 이를 기업의 미래가치 산정에 적용하는 것은 모순일 것이다. 성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PER가 유용할지는 몰라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이라면 PER가 미래 주식가치를 온전히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닷컴 기업 거품이 한창이던 시절, 인터넷 기업은 PER가 수백 배에 달한 적도 있다. 최근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누적결손이 4조에 달하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0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 평가를 받았다. 통상적으로 유망한 산업군에 속하는 경우, 기업가치 평가 시 통상 20배 정도의 PER를 적용하고 있다. 아무리 쿠팡의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영위해 5조원의 세후 순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신산업 분야에서 초기에 거품이 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집단지성의 냉정한 평가가 내려질 때면 거품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블록체인의 파생상품인 암호화폐에도 분명 희소성이 존재하고 있고, 미래 현금흐름도 예상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암호화폐에 내재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일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엄청난 시장 잠재력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높은 평가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평가로 봐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이더리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알트코인이 개발돼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과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열풍과 비교될 정도로 거품이 끼어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장난삼아 만든 도지코인이 일론 머스크의 말장난에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서버 없이 P2P 방식으로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거래를 완성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완벽한 거래 익명성이 보장되고, 거래 명세는 위변조될 확률이 거의 제로 수준이고, 기술적으로 해킹도 불가능하고, 거래 처리비용은 극도로 낮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의 천재가 블록체인 논문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그리고, 비트코인을 통해 블록체인이 실제로 작동되는 모습을 선보였는데, 훗날 블록체인 기술이 오랫동안 인류가 풀지 못했던 비잔티움 장군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초기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수학자, 해커, 또는 IT 전문가들로 블록체인 기술의 우수성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이 그만큼 막강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하고 특허사용료를 받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발명한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자산, 즉, 코인으로 수취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발명이나 발견의 대가를 시장에서 집단지성의 평가를 받은 금액으로 수취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방식인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의 SWIFT를 통한 해외 송금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ICO 전면 금지 정책에 대한 비판

2017년 9월 4일 우리 정부는 지분증권과 채무증권 등 증권발행 형식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하여 자금조달(ICO)하는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정부는 2017년 9월 29일 기술·용어 등과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초강수 정책을 발표했다.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분하거나 기업에 대한 일정한 권리‧배당을 부여하는 '증권형'은 물론, 플랫폼에서의 신규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코인형' 등을 불문하고 모두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만약, ICO가 금융사기 또는 다단계 사기와 연관되었다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하면 된다. 정부가 유사수신 등의 사기위험이 증가하고, 투기와 시장과열로 발생하는 소비자피해 확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즉흥적으로 무 토막 자르기 식의 처방책을 내놓은 것이라 여겨진다.

가상화폐 무용론 시시비비 가려야.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 무용론 시시비비 가려야.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300조원에 달한다. 이더리움의 시가총액도 최근 518조원을 돌파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시가총액 496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삼성전자는 수십 년에 걸쳐 연구와 개발을 했고, 수만명의 임직원이 피땀을 흘리면서 세계 각국에서 휴대폰, 가전제품, 5G 통신장비, 그리고, 반도체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세계 각국의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하는 공룡기업이다. 그런데, 이더리움 플랫폼 제작자인 비탈릭 부테린이란 단 한 사람이 19살 때 만든 백서의 가치가 삼성전자란 글로벌 공룡기업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있고, 코인 투기열풍으로 투자자 손해가 우려된다는 점은 인정하겠지만, 그렇다고 국부 창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마저 발로 차버리는 것은 잘못된 정책인 것이다.

금융, 우물안 개구리에서 나와라 

정부의 ICO 전면 금지 정책으로 우리 블록체인 기업들은 싱가폴, 스위스 또는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이들은 상당한 규모의 법인설립과 운영 비용, 그리고, 법률자문비용을 쏟아붓는 등 심각한 국부 유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싱가폴은 ICO를 허용하고 있어, 수많은 나라의 블록체인 기업들이 싱가폴에 법인을 설립했다. 싱가폴은 상근직원이 체류하지 않는다면 일정 수의 현지인을 고용해야 법인설립이 가능하다. 은행에서 법인계좌를 개설하려면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런 사유로 현지 변호사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장부기장 서비스를 받으려면 현지 공인회계사에게 기장수수료와 법인세 신고조정 등과 관련된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 싱가폴의 전문가 자문비용은 우리나라보다 비싼 것이 현실이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IT 강국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기업들은 블록체인 응용 분야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블록체인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때문에 힘조차 써볼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싱가폴 최대은행인 DBS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할 예정인데, 싱가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배치되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경직된 태도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싱가폴 공무원들은 블록체인 신기술과 토큰 이코노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자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비스 산업 부가가치 창출 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다만, 투기와 시장과열로 발생하는 소비자피해 확대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싱가폴 국민에게는 암호화폐 투자를 만류하고 있다. 싱가폴 공무원의 영민한 지혜와 기민한 제도 시행이 부러울 뿐이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기구는 ICO Guidance를 제시하면서, 코인을 지불형 토큰(Payment Token), 기능형 토큰(Utility Token), 그리고, 증권 등의 자산형 토큰 세 종류로 구분했다. 이 중 자산형 토큰은 증권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최근에는 자산형 토큰 중 한 부류인 대체불가능 토큰(NFT, Non-fungible Token)이 각광을 받고 있다. 스위스가 코인별로 내용을 파악해 규제를 달리하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모든 코인을 백안시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금융 선진국이 주식 등의 유가증권을 토큰으로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증권형 토큰의 ICO도 금지한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유사수신 행위 또는 다단계 등의 불법 행위가 아니라면, 현행 자통법이나 벤처 관련 법 테두리 내에서 얼마든지 ICO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고 이건희 삼성회장은 생전에 ‘천재 한 사람이 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주장을 했다. 블록체인 기술 탄생으로, 한 사람의 천재가 십 만명이 아니라 수 백 만명까지 먹여 살릴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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