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변화 필연적, 가족경영 종식 전망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장영일 기자]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사퇴로 논란이 잦아들지 관심이 쏠린다. 또 홍 회장 등 사내이사 3명이 동시에 물러나면서 남양유업의 지배구조에 대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4일 홍원식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외조카 황하나 사건, 온라인 댓글 논란 등이 생겼을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그간 숱한 논란 속에서 자발적인 쇠락의 길을 걸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밀어내기식 영업을 벌이다 불매운동 역풍을 맞았다. 2014년부터 매년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지난해 매출은 9489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대가 무너졌고, 영업이익은 771억원 손실, 당기순손실도 535억원에 달했다.

2019년엔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는 등 홍역을 앓았다. 또 홍 회장이 경쟁사의 제품을 비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나쁜 기업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올해는 불가리스 논란까지 겹쳤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77.8%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지만, 질병 당국과 전문가들이 실험결과가 과장됐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식품안전의약처로부터 고발을 당하고, 한국거래소로부터 주가조작 조사까지 받게 됐다. 최근엔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 상무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료 자녀 등교에 사용하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직 해임됐다.

이어지는 논란 속에서 불매 운동이 재점화되면서 남양유업 직원들과 대리점주들의 고통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 2013년 영업사원 갑질로 불매운동이 촉발돼 대국민 사과한 남양유업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속에서 홍 회장이 물러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일부에선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보건당국이 불가리스 논란으로 세종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을 명령한 것과 관련해,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구두로 소명할 기회를 달라"며 세종시에 청문회를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홍 회장의 사퇴로 지배구조엔 대변혁이 일어날 전망이다.

4명의 사내이사 중 홍 회장과 이광범 대표이사,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가 동시다발적으로 물러나면서 모친인 지송죽 여사만 남게됐다. 이번 사태로 홍 회장이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못박으면서 남양유업의 가족경영도 사실상 끝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쇠락의 과정은 홍 회장이 그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아 비롯된 일"이라면서 "좀 늦은 있지만 이번 홍 회장의 사과는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남양유업 주가는 이날 오랜 만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남양유업은 이날 오후 1시43분 현재 전날 대비 19.94% 39만7000원에 거래중이다. 홍 회장이 사퇴를 밝힌 오전 한때는 상한가(43만원)에 가까운 42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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