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미상장, 투자자-국가 직접소송(ISD Investor-State Dispute) 위험 노출
쿠팡, 한국 정부 국내 법 준수 명령에 ISD 내세워 거부 가능성 상존
국내 유통 기업 외투기업과의 역차별 논란 가능성 남아

쿠팡이 미국 뉴욕시장에서 무려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쿠팡의 글로벌 유통기업의 자리매김은 재벌 공화국인 한국의 경제와 산업의 제도와 법, 영업 등의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쿠팡의 미국 상장 성공이 대한민국 국익과 관련해, 좋은 일인지 아니면 나쁜 일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고 말하거나, 쿠팡이란 기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체성부터 혼란스럽다는 평가도 오가는 요즘. 쿠팡Inc.의 미국 상장은 대한민국 산업과 금융, 사회 등 제반 환경에 일파만파의 변화를 촉발할 전망이다. 주요 테마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순서]

1. 쿠팡의 정체성과 내국법인 역차별 이슈

2.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ISD) 위험 노출

3. US Sox와 FCPA 영향력

4. 쿠팡Inc.의 상장을 계기로 본 오너리스크

[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대한민국은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했고, 동 협정문에는 ISD(Investor-State Dispute,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 조항이 포함돼 있다.

쿠팡은 모기업이 미국 법인이기 때문에 ISd를 내세워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한을 갖는다.

이런 문제는 대한민국의 입법, 사법, 및 행정 등의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미 FTA, ISD는 외국기업 제재 보호막

대한민국의 국회는 2011년 11월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비준했다. 당시 해당 조약에는 ISD(Investor-State Dispute,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 조항이 있다. 조약은 대한민국헌법 제6조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ISD 판결은 대한민국 법 적용 테두리 밖에서 이루어지는 까닭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외투 기업 쿠팡은 한·미 FTA 상 ISD 조약을 내세워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도 있어, 국내 유통기업과 역차별 논란을 불어일으킬 소지가 농후하다.
외투 기업 쿠팡은 한·미 FTA 상 ISD 조약을 내세워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도 있어, 국내 유통기업과 역차별 논란을 불어일으킬 소지가 농후하다.

ISD(Investor-State Dispute,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란 외국의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인하여 이익을 침해당했을 경우, 투자자가 해당 국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 투자 분쟁 해결 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ICSID) 등의 국제중재기관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중재기관은 사실상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통상적으로 제소를 당한 국가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캐나다 및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했는데, 해당 조약에 ISD가 포함돼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는 수차례 미국 투자기업으로부터 ISD 제소를 받아 손해배상을 했다. 통상적으로 ISD 판정 결과는 미국 기업에 유리하게 도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호주 정부는 미국과 FTA 체결을 하면서, 다른 분야에서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미국의 ISD 포함 요구를 거부했다.

한미 FTA의 ISD(투자자-국가직접소송제) 위험에 노출

쿠팡Inc.가 미국에서 주가를 유지하려면, 한국의 쿠팡으로부터 가능한 많은 배당을 받아내야 한다. 쿠팡의 미래 수익력은 한국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추가적인 수익원 확보 실적 등에 의해 결정된다.

쿠팡의 현재 수수료 수입액의 거의 전부는 국내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다. 만약, 쿠팡이 수수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협력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면 정부는 규제를 가하게 될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만 통과되더라도, 쿠팡의 수익력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국회나 정부가 온라인 불공정 거래 규제를 더 강화하거나, 배송인력의 노동권 보호 관련 법령이 시행되더라도 쿠팡의 수익력은 상당히 손상될 것이다. 쿠팡이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납품단가 후려치기 또는 행사비용 전가 등의 불공정 행위를 하려 들려고 해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당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만약, 쿠팡의 경영진이 주주의 과도한 배당 극대화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책임회피를 위한 방편으로 우리 정부의 규제 부당성을 빌미 삼아 ISD(Investor-State Dispute,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ISD. 국회의 입법이나 행정력 발동에 걸림돌

한·미 FTA에 공공복리를 위한 규제나 법령은 ISD를 배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지극히 심하거나 불균형한 경우’라는 단서 조항 때문에 실효성은 떨어진다. 왜냐하면, 조약에 대한 해석 권한도 중재기관이 보유하고 있고, 중재기관에 대한 영향력은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2020년 2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 국회 사무처나 전문가들은 ISD 소송 제기 위험성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2019년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19년 3월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을 거론한 바 있다.

국회의 유통법이나 상생법 개정을 통해 골목상권 보호 등의 입법과정에도 ISD 제소 위험은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기업인 코스트코는 하남점 개설과 관련해 중기부의 '개점 일시 정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2019년 4월 30일 예정대로 문을 열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겁을 잔뜩 먹고 체면을 구겼다. 중앙정부의 영이 서지 않는 초라한 모습이다. 만약 국내유통 대기업이었다면, 행정부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여기서도 내국법인 역차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다수의 지자체의 행정력도 코스트코의 골목상권 침투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아마도 미국 모기업이 지방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 제기 가능성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지자체장 개인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 제기 위험을 회피하려는 의중도 감지된다.

쿠팡의 미국 상장을 계기로, ISD 관련 우리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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