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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글로벌 쿠팡, 코리아 재벌 생태계 지각변동 '촉발'
[이슈 &] 글로벌 쿠팡, 코리아 재벌 생태계 지각변동 '촉발'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1.0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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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미국 뉴욕시장에서 무려 1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쿠팡의 글로벌 유통기업의 자리매김은 재벌 공화국인 한국의 경제와 산업의 제도와 법, 영업 등의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쿠팡의 미국 상장 성공이 대한민국 국익과 관련해, 좋은 일인지 아니면 나쁜 일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고 말하거나, 쿠팡이란 기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체성부터 혼란스럽다는 평가도 오가는 요즘. 쿠팡Inc.의 미국 상장은 대한민국 산업과 금융, 사회 등 제반 환경에 일파만파의 변화를 촉발할 전망이다. 주요 테마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순서

1. 쿠팡의 정체성과 내국법인 역차별 이슈

2.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ISD, Investor-State Dispute) 위험 노출

3. US Sox와 FCPA 영향력

4. 쿠팡Inc.의 상장을 계기로 본 오너리스크

창업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해, 무려 시가총액 100조원에 달하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 상장된 유통기업 전체의 시가총액 73조원보다 큰 금액이다.

쿠팡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우리 대한민국에 다방면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강한 데다, 영위 업종과 기업의 가치에 과도한 거품으로 인해 최악의 먹튀 소지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외투 쿠팡, 기업의 정체성

쿠팡은 대한민국에 본점 주소를 두고, 한국 내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을 영위하는 내국법인이다. 따라서, 쿠팡은 국내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그런데, 쿠팡의 지분 100%는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Inc,(Coupang, Inc.)가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쿠팡은 외국인투자법인이다.

쿠팡Inc.의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 37%를 소유하고 있다. 비전펀드는 일본의 손정의 회장이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1000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해 만든 세계 최대의 기술투자회사이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로 쿠팡Inc.의 지분 10.2%를 소유하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적용받아 76.7%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의 하바드 대학교 출신답게, ‘신의 한 수’로 불릴만한 법 기술을 발휘했다. 우리 상법이 차등의결권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해, 미국에 모회사인 쿠팡Inc.를 설립하고, 100% 자회사인 쿠팡을 대한민국에 설립하는 지배구조를 선택했다.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과거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발휘한 절묘한 재테크 및 세테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김정주 창업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부의 극대화와 절세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일본에 넥슨재팬이란 모기업을 설립하고, 한국 내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만들어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했고, 조약은 대한민국헌법 제6조 규정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 입법 프로세스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고, 행정부의 법 집행에도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정거래법 적용, 내국법인 역차별 이슈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것을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쿠팡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쿠팡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을 받게 되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등에 대한 규제를 받아야 하고,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의무 등을 이행해야 한다. 이른바 ‘동일인’(총수) 규제를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총수)로 지정하지 않고,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KT나 포스코가 다른 재벌기업과 달리 총수가 없어, 개인이 아닌 법인이 동일인 규제를 받는 사례를 참고했을 것이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의사결정일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고,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23조 7항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이지만 동일인은 에쓰-오일㈜로 지정돼 있고, 한국지엠의 최대주주는 미 제너럴모터스(GM)이지만 동일인은 한국지엠㈜으로 지정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법 해석일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외국인은 총수로 지정 못 하는 법적 근거라도 있느냐”며 김 의장에 대한 총수 지정을 요구했다.

쿠팡의 김회장은 쿠팡Inc.의 지분 10.2%을 보유하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보장받아 쿠팡 전체 의결권의 76.7%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지분율도 3.73%에 불과하지만, 동일인 지정을 받아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은 총수의 직간접 지분율과 경영 활동을 통한 영향력 등을 감안해, ‘사실상 지배’ 여부를 심사해 지정하고 있다. 법령상 명백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까닭에 사실판단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가 네이버·쿠팡 등 IT 대기업에 ‘재벌 총수’와 같은 급의 ‘동일인’ 규제를 하는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 적용 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내국법인에 대한 역차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최혜국 대우’(MFN, Most Favored Nation Treatment) 위반 가능성

만약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등과의 거래는 모두 공시대상이고, 김 의장이 CEO인 미국 본사(쿠팡Inc.) 산하 해외법인들의 거래도 공시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쿠팡Inc., 그리고, 해당 기업의 주주와 경영진은 상당히 불만이 많을 것이다.

쿠팡inc. 미국 뉴욕증시 상장 광고판.
쿠팡inc. 미국 뉴욕증시 상장 광고판.

쿠팡Inc.는 미국의 투자자로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을 지렛대 삼아 ‘최혜국 대우’ 위반이란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다. ‘최혜국 대우‘란 GATT 제1조 제1항에 명시된 내용으로, 회원국들이 나라별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쿠팡Inc.가 에쓰-오일의 최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A.O.C)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우디 왕실 대신 법인 에쓰-오일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를 들어, ‘최혜국 대우’ 위반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답변이 궁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히 법 적용에 형평성과 일관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동일인 규제’라는 낡은 규제는 불필요

이스라엘에서 재벌 체제가 사라지면서,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재벌 체제가 존재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재벌이란 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를 규제하려다 보니 우리의 공정거래법은 재벌 규제 조항으로 누더기가 됐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재벌 총수가 소수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걸 막겠다는 취지로 1987년에 도입됐다.

동일인 규제는 ‘재벌=총수’, 즉, 경제적으로 공동체라는 시각에서 출발했는데, 이는 회사법의 ‘자본과 경영의 분리’라는 기본 정신과 배치된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는 회사 또는 다른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만약 계열회사의 경영진이 총수 일가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는 의사결정을 했다면, 그 행위는 회사 이익과 소액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형법상 배임에 해당하는 범죄에 해당될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회계투명성 수준은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데, 재벌체제를 용인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편,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는 공인회계사의 내부회계관리 제도 감사와 관련해 비적정 의견 사유에 해당하는 사안일 것이다. 회계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 제도 감사의견을 ‘비적정 의견’을 표명했다면, 해당 기업은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심지어 기업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K-Sox(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대상 법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K-Sox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견제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의 동일인 지정제보다 훨씬 강력한 외부 견제장치가 될 것이다. 더구나, 연결 재무제표 회계감사인이 계열회사들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견으로 비적정 의견을 표명했다면, 해당 재벌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Sox 관련 내용은 다음 컬럼을 통해 상세하게 짚어 볼 예정이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그리고, 순환출자 구조 또는 지주회사 체제에서 허용하고 있는 비정상적 지분 투자 등의 행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 윤리경영과도 상충된다. 거버넌스 구조에서 상향투자를 허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1911년 미국에서도 사라졌고, 2차 대전 후 일본에서도 종적을 감춘 재벌 체제를 지구상에서 유독 대한민국만이 용인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우리의 공정거래법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의 섬’이 된 셈이다.

차제에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와 관련된 동일인 규제 등은 K-Sox 제도의 강화 및 다른 법률의 개정을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엄격한 관리를 하면 충분히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규제와 재벌에 대한 낡은 규제 등은 이제 역사의 뒷골목으로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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