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미국 대통령 거부시한 하루 앞두고 합의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에 배상금 2조원 제공
미국 전기차용 파우치 시장 공략위해 전격 합의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년여에 걸쳐 벌이던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 소송전을 마무리 지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년여에 걸쳐 벌이던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 소송전을 마무리 지었다.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년여에 걸쳐 벌이던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 소송전을 마무리 지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이번 합의의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오후 배터리 분쟁 종식 합의문을 공동 발표했다.

양사는 최대 쟁점이었던 배상금은 2조원으로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총액 2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한다.

또 양사는 국내외에서 진행한 관련 분쟁을 취하하고, 앞으로 10년간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ITC에서 서로를 상대로 추가 제기한 특허 침해 분쟁과 국내 법원 민사 소송 등 모든 분쟁을 끝낸다.

합의에 따라 ITC의 수입금지 10년 조치가 무효화되며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공장 건설 등 미국 배터리 사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직간접적으로 합의를 중재한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공동 합의문과 별도로 각사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를 계기로 배터리 사업을 더욱 강화해 시장에서 지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로 폭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SK의 조지아 공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져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이번 합의가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SK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만들어 한국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급성장하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과 조지아주 경제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202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폭스바겐, 포드 등 고객사들의 믿음과 지지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기쁘다"며 "합의로 미국 사업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조지아주 공장 가동과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국내외 추가 투자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이번 극적 합의를 이뤄낸 것에는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ITC는 양사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지난 2월 10일 LG의 승리로 최종 결정하고 SK에 수입금지 10년 제재를 내렸다.

이후 양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두고 미국 의회와 정부를 향해 자사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도록 로비를 벌였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회생할 수 있다. 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LG에너지솔루션이 더욱 유리한 입장에 서 SK이노베이션에 더 많은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하루 전에 합의를 발표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ITC 최종 결정 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에 더해 지적 재산권 보호까지 두루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적극적으로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공급망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양사의 주력 제품인 파우치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차 출시 일정에 맞추려면 양사의 분쟁을 빠르게 마무리짓고 배터리를 제때에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물밑 합의에는 바이든 정부 산하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있었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은 이번 합의에 '일자리와 배터리 공급망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배상금을 3조원 이상 요구하고, SK이노베이션 측은 1조원 수준을 제시하며 양사는 접점을 찾지 못했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합의금은 중간선인 2조원으로 책정됐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 배터리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미국 시장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 상황이었다. 이번 합의가 이뤄져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도 가동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영업미리 침해 사실을 인정받고 현금보상까지 받게 됐다. 또 SK 자회사 지분 교환으로 분리막 공급망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또 양사가 갈등을 뒤로하고 협력을 넓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배터리 업계 양상이 단순히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 완성차에 공급하는 사업을 넘어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대여 등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합의에는 양사의 총수들이 직접 만나 담판을 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구광모 LG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은 지난달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중재로 서울 모처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는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난 박용만 회장 주도로 신임 회장인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만남이 이뤄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배터리 소송의 당사자들이 모였던 만큼 양사 간 합의의 필요성에 대해 교감을 나눴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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