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지 못한 쌍용자동차가 자구노력인 단기법정관리(P플랜) 돌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원이 쌍용차에 대해 법정관리 개시 수순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자동차업계와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쌍용차 채권단에 쌍용차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서를 송부했다. HAAH오토모티브가 법원이 요구한 시점인 지난달 31일까지 투자의향서(LOI)를 보내오지 않자 사실상 법정관리 개시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법원 측은 그동안 두 차례 쌍용차에 기회를 부여했지만 기한 안에 유의미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더는 절차를 지연시킬 수 없는 만큼 부득이하게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채무자회생법 49조 1항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경우 1개월 이내에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쌍용차는 이미 지난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접수됐지만 쌍용차가 자율 구조조정 지원을 신청해 결정이 보류된 상황이다.

다만 법원은 쌍용차와 채권자, 기타 이해관계인들이 인수합병(M&A) 절차를 포함해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 등을 제시하면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회생절차를 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의향서를 보정명령 시한인 지난달 31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쌍용차가 이런 내용을 전달했으나 HAAH오토모티브는 끝내 투자의향서를 보내지 않았다.

쌍용차는 지난달 30일 법원에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의향서를 제외한 보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HAAH오토모티브는 여전히 투자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자들은 3700억원 규모의 공익 채권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 담긴 흑자 전환 등 미래 사업 계획의 현실 가능성을 놓고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모습

당초 HAAH오토모티브의 전략적 투자자(SI)는 캐나다 1곳이고, 금융 투자자(FI)는 중동 2곳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각에선 일부 투자자가 손을 뗐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하지만 HAAH오토모티브는 아직 쌍용차에 대한 인수 의지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의가 유효한 것으로 보는 만큼 법원에서도 곧바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오는 8∼10일께 법정관리가 개시될 것을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쌍용차는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쌍용차는 최근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지분 감자를 인도중앙은행(RBI)이 승인하면서 P플랜 돌입을 위한 1차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투자 결정이 계속 지연되고 KDB산업은행이 지원 조건으로 적극적인 자구 실행을 요구함에 따라 존폐기로에 놓인 상태다.

쌍용차의 자본 잠식률은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111.8%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지난 2017년 이후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쌍용차는 작년에 4494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규모가 2019년(2819억원) 보다 증가했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은 2조9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줄었다.

한편 쌍용차는 2020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삼정회계법인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 폐지 위기에 처했다. 이에 쌍용차는 지난달 31일 평택 본사 외 165개 필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쌍용차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거해 자산의 실질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산과 자본 증대 효과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해당 필지의 장부가액은 4025억8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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